나는 잠자리를 좋아한다.
예쁜 나비, 시원스럽게 노래하는 매미,
밤의 정취를 더하는 귀뚜라미도 있는데도
유별나게 잠자리가 좋다.
가냘픈 날개를 움직이며
마치 비행기처럼 가고 싶은 데로
마음껏 나는 내 마음의 날개여서인지
나는 잠자리가 참 좋다.
그런데 어릴 때는
잠자리 고생을 참 많이도 시켰다.
아니 고생을 시킨 게 아니라
너무나 많이도 사형을 시켰다.
마당 툇마루에 앉아있으면
빨랫줄이나 울타리 탱자 나뭇가지에
잠자리가 날아와 앉으면
동생들을 시켜 잡아오곤 했는데
잠자리를 잡아오면
잠자리를 시집보낸다고
꽁무니를 떼어내고 그곳에
긴 지푸라기를 꽂아
하늘로 날려 보내곤 했다.
그때는 잠자리를 시집보낸다고
장난삼아 꽁무니를 마음껏 떼어 내 버리고
지푸라기로 장난을 쳤지만
잠자리 시집은커녕,
얼마 날아가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며
우리 사람들을 피하며 멀리
도망가곤 했다.
분명 죽는 것은 보지 못했지만
결국 그 잠자리는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잔인한 장난을 하고도
재미있다고 깔깔대고 웃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수없이
잠자리를 죽음으로 날려 보낸 것에 대해
참 많이도 미안해진다.
이제 9월이 시작되고
시원한 바람에 높고 푸른 하늘,
게다가 흰 구름까지...
가까운 공원에라도 가서
예쁜 날갯짓을 하며
파란 가을하늘을 마음껏 가로지르며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구경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지금의 나는 앞으로 자유롭게 마음껏 날아다니는
잠자리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잠자리 칭찬을
많이 하리라.
내 칭찬하는 소리를 잠자리가 듣고
내가 마음대로 걷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잠자리가 알아주어(?)...
내 속내의 아픔까지 안고...
또 내 꿈을 싣고 훨훨 날아다닐 수 있도록
나는 더 많이 잠자리를 칭찬하리라.
- 오문영 (새벽편지 가족) -
-----------------------------------------
님의 잠자리 속죄는 감격입니다.
온유함과 마음의 자유함이
넘치기만 합니다.
- 가을 하늘은 눈을 감고 봐야합니다. -
[출처] http://blog.naver.com/aka1978
'사랑밭 새벽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감고 보는 가을 하늘 (0) | 2008.09.08 |
---|---|
사회를 감동시킨 유언장 (0) | 2008.09.07 |
어머니 (1) | 2008.09.05 |
영상폰의 재발견 (0) | 2008.09.04 |
아름다운 상처 (0) | 2008.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