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계절이다.
뒷산 산책길, 잘 익은 알밤을 별 생각 없이
한 움큼 주워 주머니에 담고 또 주우려는데
저만큼쯤에서 다람쥐가 쳐다본다.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내가 무엇이 부족하여 네 겨울양식을 훔친단 말이냐.
주워 담았던 알밤을 다시 꺼낸다.
그리곤 다람쥐가 잘 볼 수 있도록 숲속 한쪽에 놓아둔다.
그런 나를 쳐다보던 다람쥐는 신이 나는지
소나무를 타고 오르며 논다.
숲에는 여러 종의 나무가 있고 야생의 짐승이 살고 있다.
그들의 동네에서 나는 매일 산책을 한다.
이제는 이 길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숲속에서 바라보는 가을 하늘은 맑고 푸르다.
다람쥐와 산새가 소중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마음이 개운해지는 순간이다.
- 강일석님,'다람쥐 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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