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손을 놓아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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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거의 없는 동유럽 유학 시절
파란 눈 금발 머리들 사이에서
제일 먼저 의지가 된 것은
같은 동양인들이었답니다.
남루한 옷차림, 가난한 국가에서 온
그 청년은 차림새는 남루했지만
무척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잡아주던 손이 너무도 따뜻해서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면
서양인들이 우릴 바라보는 자존심 상한 시선도
매서운 칼바람의 눈길도 상관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너무 아파 일어나지 못하고 쓰러진 어느 날
정신을 잃고 누워있을 때
잠자리를 따뜻하게 해주었던 그 친구...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며칠을 잤는지 정신이 들었을 때 눈에 띈 것은
방안을 가득 메운 페트병들이었습니다.
제가 누워있는 동안 그 청년은 매 시간마다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와
저의 품에 안겨 주었던 것입니다.
그런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결국 저는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꼭 데리러 오겠다고 한국에 같이 가자던 약속,
한국말로 "전화해야 돼"를 어설프게 외치며
차를 따라 뛰는 그 사람의 손을 놓으며
돌아가는 날 그리도 약속했는데...
결국 그 사람의 마음을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이 구차한 변명은
사회에 나와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보니...
칼바람이 되어 내 마음을 찟는 것만 같습니다.
그 미안한 마음에서...
저는 주말이면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
나가서 노동자들을 가르칩니다.
왠지 그 사람과 닮은 구석이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으로 얘기합니다.
"그때... 손을 놓아서 미안해... 맥..."
- Mi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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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억의 아련은 가슴을 진하게 합니다.
그러나 님과 같이 아름답게 승화로 바꾸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족님의 그 미안함....
평생이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찬란....
언제나 가슴창고에서 수시로 꺼내어...
감사마음이 가슴에서 흘러 내려야지요.
잊으면 무심할까....염려해지네요.^^
- 아름다워야 추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