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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밭 새벽편지

너무나 보고 싶어요!


나에겐 33년간 함께한 엄마가 있었다.
오래전 아버지와 헤어져 혹시나 나를 빼앗길까봐
아주 먼 곳으로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고 한다.

그리고 6년쯤 아버지가 우리를 포기한걸 알고
엄마와 난 작은 외삼촌 고향으로 내려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

엄마가 멀리 돈을 벌러 갈 때쯤에는
이모 집이며 외삼촌 집에서
한 달에서 길게는 3년씩이나 살기도 했지만
난 엄마를 원망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면
엄마가 너무도 보고싶어
공중전화박스를 떠나지 못하기도 했다.
남들이 말하는 모녀 관계 이상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

작년 봄 나는 결혼하여 엄마가 그토록 원하신
외손주도 안겨 주었다.

그 외손주가 7개월 되던 어느 날
갑자기 엄마는 체한 것이 오래간다 싶어
병원에 가보니 급성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작년 10월부터 위암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전이부위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수술은
아예 할 수 없다고 한다.

나이 62살에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
거의 먹지도 못하고 머리는 다 빠지고...

아픈 엄마를 치료하기 위해
겨울내내 7개월 된 아이와 함께
진주에서 서울로 통원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하지, 그러냐?"고 하지만....
엄마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할수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어머니와 내가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아픔을 그 누가 알겠는가?

그 후 엄마는 9개월도 안되어 돌아가셨다.
황달이 왔다고 한 일주일만
병원에 입원해 있겠다고 하더니
그렇게도 끈질기게 삶을 부여잡던 그 손을 놓으셨다.

나보고 어쩌라고, 나보고 어쩌라고...
한줌의 재가 되어 가면 어쩌라고, 나는 어쩌라고...

같이 죽어서라도 손잡고 다녀야 하는데...
돌아가신 내 엄마가 너무나 안쓰럽다.

엄마! 너무나 보고 싶어요...!


- 김경선(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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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이제는 지난날을 접고
앞으로 어머니께서 못 다 사신 삶을 대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산다면

어머니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 겨울이지만 따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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